Ⅲ. 재판실무에서의 법해석과 논증방법
유추에 의한 법보충논증과 법원리에 의한 법보충논증은 법률의 문언을 넘는 해석의 대표적인 논증방법이고 편집상의 실수논증은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의 대표적 논증이다. 그리고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논증은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의 논증 방법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지만 재판실무에서는 제한적으로 긍정한다.
1. 유추의의와 유추해석
인식론적 관점에서 보면 유추는 사물의 상대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인식의 범위를 넓혀가는 추론의 한 방법이고, 논리학에서 유추는 사물의 유사성 비교를 논증의 도구로 삼는 논증 방법이다. 추론방법으로서의 유추는 특수한 것에서 특수한 것을 추론하는 것이기도 하고, 사물의 유사성에 기초한 추론 일반을 의미하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시민법 전통에서 유추는 법전상의 흠결을 보충하는 도구다. 법전이 명백하게 규율하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 법률문제에 대해서도 법전이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믿음이 시민법 전통인데, 유추논증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대륙법 전통에서 유추해석은 어디까지나 법률의 해석이지 사법입법이 아니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법률흠결을 보충하기 위한 유추해석은 3단계의 판단 과정 나눠볼 수 있다. 1단계는 해석자가 법률상의 흠결을 인정하는 판단 단계, 2단계는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헌법적 제한이 없음을 인정하는 판단 단계, 3단계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사례와 문제된 사례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단계이다. 특히 2단계의 경우는 죄형법정주의 및 조세법률주의원칙, 헌법 제37조 2하의 국민의 기본권제한 조항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유추해석은 적용할 수 없다. 유추해석의 3단계에서는 유추논증의 형식적, 논리적 추론과정으로서 유사성테스트가 그 핵심을 이룬다. 그런데 로렌즈에 따르면, 법학적 유추에 있어서 유추논증의 형식적 논리적 논증구조만으로는 결론의 정당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유추를 하고자 하는 법률규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에 기초한 타당한 법적사고, 법적 가치 평가가 이는 경우에 결론의 정당성이 보장된다.
2. 법원리에 의한 보충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또 다른 전통적인 방법은 법 원리에 의한 보충이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도 법원리에 의한 보충을 찾아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대법원은 자연력과 가해자측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의 배상금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에서 손해의 공평부담의 원칙에 의하여 자연력의 기여분 만큼의 감액을 긍정했다. 또 채권자가 주 채무자에 대해 해지권의 행사를 게을리 하고 연대 보증인에 대한 통지의무를 게을리 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이 연대보증인의 책임에 관해 신의성실의 원칙 등으로 감액을 긍정했다. 다만 유추해석에 의한 흠결보충과 법 원리에 의한 흠격보충은 방법론적 차이가 있지만, 실질은 동일하므로 헌법이 유추해석에 의한 흠결보충을 금지하는 경우, 법 원리에 의한 흠결보충도 마찬가지로 금지된다.
3. 편집상의 실수
편집상의 실수란, 서기의 실수, 혀의 실수라고도 불린다. 이는 입법과정에서 명백한 실수로 법규의 내용을 잘못적은 경우를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 사회변동을 예측하지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경우, 법규의 규율대상을 빠뜨리는 경우도 포함시킨다. 편집상의 실수는 입법과정만의 실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판결에서 법적논증이나 판단이 아닌 것으로서 판결 작성상의 실수에 의하여 잘못 기재된 것을 포함한다. 시민법과 커먼로 국가 모두 법률에 편집상의 실수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잘못된 문언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해석이다.
4. 터무니 없는 결론(Absurd Result Principle)
Absurd Result Principle은 영미법계에서 인정되는 제정법 해석원리로써 1819년 연방법원의 판결로 도입되었다. 이는 법원이 제정법의 규정을 문언 그대로 사건에 적용하여 터무니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경우에, 의회가 그런 터무니없는 결과 혹은 부당한 결과를 의도하였을 리가 없다고 생각되면 법원이 그 성문법의 문언 그대로의 의미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원리이다. 여기서 부당성이란 법률의 문언에 내적 모순을 갖는 반논리성이 있을 때, 그리고 법률을 특정 사안에 적용하는 추론과정에 논리적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사에게는 법문을 수정할 권한이 없지만, 권력분립의 예외로써 터무니없는 결론 이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리 자체에 대하여는 거의 대부분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원리의 적용기준과 범위가 명확한 것이 아니기에 구체적 사건에서 이를 적용할지 여부가 문제된다.
터무니없는 결과 이론을 정당화하는 여러 논거가 있는 데 그중 하나는 의법의도에 의존하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결과 이론은 법률을 제정한 입법부가 그 법률의 해석, 적용 단계에서 터무니없는 결과를 의도하였을 리가 없으므로 법원은 법률의 문언 그대로의 해석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판사들이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의 단어를 무시하거나 고쳐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입법우위원칙을 위협하는 것인데, 입법의도라는 정당화 논거는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원리가 실제로 적용됨에 판사들은 입법부우위원칙에 기반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어떤 정당화 권위, 본래 판사들에게 주어진 권위이거나 사법도 입법도 아닌 어떤 권위에 의존하기도 한다.
5. 합헌적 해석의 원칙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이란 어떤 법률규정에 대한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해야 하고 그 법률규정이 헌법에 합치되게 해석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위헌으로써 무효가 된다는 원칙이다. 이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 원칙이지만, 법률을 일반적인 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석한 의미가 헌법에 반하는 경우, 헌법에 반하지 않는 의미로 해석하기 위해 법률의 문언을 수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이 원칙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적인 견해는 이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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